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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_김도연 소장] "신고해도 죽어".. 잇단 신변보호 참극, 숨는 피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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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작성일 21-12-16 17:32 조회 32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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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송파구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의 모친을 살해한 남성(왼쪽),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 신변보호를 받던 여성을 살해한 김병찬. 연합뉴스


‘데이트 폭력’ 피해자인 A씨는 지난 10일 서울 송파구에서 경찰 신변보호를 받던 20대 여성의 모친이 피살됐다는 소식에 큰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A씨는 성폭력 피해자 상담센터를 통해 심리치료와 향후 대처 문제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오던 중이었다. 최근 안정을 찾은 덕에 조만간 경찰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정식으로 신변보호를 요청할 계획이었지만 다시 주저하게 됐다. 지난달 서울 중구에서 신변보호 대상자가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만 해도 ‘한번 용기 내보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번 송파 사건 뒤로는 ‘나뿐 아니라 가족도 피해를 볼 수 있겠다’는 걱정에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신변보호자를 상대로 한 강력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성범죄 상담센터 내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정식 신고를 꺼리며 보복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도연 한국데이트폭력연구소장은 1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피해자 보호를 할 수 없거나, 보호에 소극적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신고 자체를 안 하려는 분위기가 생긴다”며 “언제든 위급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므로 피해자 관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송파 사건 피해자는 모친이 살해되기 전 경찰에 감금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호소하고, 신변보호를 위한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었다.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신고해도 달라지는 게 없는 현실’이라는 자조마저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 성범죄 피해자 상담사는 “상대방을 자극할까 봐 우려하는 이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가 처벌받는 과정을 지켜보며 치유하는 과정이 피해자에게도 중요한데, 지금은 ‘신고하자’는 말을 하기가 주저될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경찰을 통해 가해자와 분리되고, 위급 상황 시 공권력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크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 체계 개선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족들이 보복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두려움도 커진 분위기다. 9개월 전 김태현(25)이 서울 노원구에서 20대 여성과 그의 어머니, 여동생을 모두 살해한 참극에 이어 최근에도 가족이 범행 대상이 되자 다른 피해자들도 ‘나 때문에 주변이 위험하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많은 피해자가 가족에 위해를 끼칠까 봐 신고를 주저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가해자와의 분리만 잘 지켜져도 피해자와 가족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며 “송파 사건 범행도 신고 나흘 만에 벌어졌다. 스토킹의 ‘지속성과 반복성’을 지켜본 후 신병을 확보하면 늦을 수도 있다”며 경찰의 보다 신속한 대응을 주문했다. 김 소장은 “피해자 보호를 결정할 때 가해자에 대한 심리상담 프로그램 운용도 함께 고려해 볼 수 있다”며 “초기에 보복 심리나 범행 충동성을 억제할 수 있다면 피해자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출처] - 국민일보

[기사 원문] - https://news.v.daum.net/v/20211215000404334